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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또래 살해' 정유정, 범죄물로 살인 학습?…‘모방범죄’ 불 지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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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소재 범죄물, 오락처럼 소비하는 문화 경계해야"

“미디어 ‘탓’ 가장 편한 방법…범죄자 방어기제 감안해야”


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6.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6.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에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평소 범죄 수사물에 심취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방범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모방범죄는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사건 이후 잠재 범죄자들이 이를 모델로 구체적인 범행을 계획하거나 유사한 사건 발생에 동기 부여·자극제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씨는 체포 이후 줄곧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의 추궁과 가족의 설득 끝에 “살인을 해보고 싶었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평소 살인 관련 도서와 영상을 즐겨보고, 포렌식 결과 범행 3개월 전인 올해 2월부터는 온라인에서 ‘살인’ 등을 집중적으로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모방범죄’를 부추기는 범죄물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커뮤니티에는 관련보도 이후 정씨의 콘텐츠 취향을 언급한 글이 속속 올라왔다. 댓글에는 “요즘 TV 틀면 다 범죄사건 예능, 시사뿐이니 잠재된 범죄자들만 자극시키는 거다”, “TV나 영화에 (범죄) 스토리가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전문가 역시 모방범죄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을 냈다.


손외철 부경대 융합인재개발학부 경찰범죄심리학 교수는 “미디어에 영향을 받은 모방범죄는 1971년부터 방영된 ‘수사반장’이 그 시초일 정도로 과거부터 이어져 왔다. 요즘은 재연을 넘어 범죄나 수사의 참여자가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전하다보니 지나치게 상세한 수법 설명, 자극적인 현장 묘사 등이 만연하다”며 “범행까지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정 짓긴 어렵지만, 살인 자체가 목적인 정유정이 이번 범죄를 계획하는 데 미디어가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일어났던 범죄와 사건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로운 OTT, 유튜브로 매체 트렌드가 옮겨가면서 범죄를 자극적이고 오락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디어 트렌드에 대해 김민우 부산영화평론가협회 영화평론가는 “콘텐츠 시장에서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장르물은 검증받은 흥행요소이다. 드라마와 책, 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범죄 이야기를 재확산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특히 최근 OTT나 영화를 보면 마약, 카지노, 도박 등 흥미·쾌락 위주로 범죄를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호 경성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겸 부산콘텐츠마켓 조직위원회 이사는 “요새는 다양한 범죄의 공범이 유튜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며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비해 부작용이나 규제에 대한 연구·논의는 부족한 실정을 꼬집었다. 이 교수는 “자율등급제가 도입된 OTT, 사실상 검열 없이 방치되는 유튜브에 대해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미디어의 영향은 다양한 요인 중 하나일 뿐, '미디어가 범죄 발생과 수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전제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조원희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운영위원장(영화감독)은 “본질은 회피한 채 모든 문제를 미디어 ‘탓’으로 돌리면 간편하다. 하지만 미디어는 사회 정서를 반영할 뿐이다”며 “우리가 명심해야 할 건 그들이 범죄자라는 사실이다.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을 보고 영향을 받았다는 범죄자들의 변명, 자기 방어에 대중문화가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콘텐츠는 대중의 선택을 통해 어느 정도 자체 검열되고 있으며 대중의 공감을 얻어야 하므로 불필요한 표현을 고집하거나 자기 검열 없이 작품을 만드는 제작자는 극소수”라면서 “근본적인 원인 파악 없는 제재는 해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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