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막장 유튜버 규제로 해결? “좋은 콘텐츠 지표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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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세미나 통해 크리에이터 콘텐츠의 선한 영향력 측정 필요성 제안
크리에이터가 만든 콘텐츠의 ‘선한 영향력’을 측정하고 사회에 기여를 한 크리에이터를 시상하는 등 긍정적 측면의 제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 크리에이터 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방안 모색 세미나’ 발제를 통해 크리에이터의 선한 영향력을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배현진·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부산콘텐츠마켓 조직위원회가 주최했다.
‘크리에이터의 선한 영향력’은 크리에이터가 콘텐츠 혹은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개인, 사회, 국가 등의 크고 작은 유의미한 변화를 촉발하는 긍정 에너지를 말한다. 일례로 유튜버가 환경 문제를 조명한 콘텐츠를 올렸을 때 구독자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이를 선한 영향력의 확산이라고 볼 수 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심재웅 교수는 ‘크리에이터의 선한 영향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 “크리에이터의 영향력과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의 필요성이 있다. 콘텐츠 분야의 ESG활동과 사회적 가치 실천에 대한 시대적 요구”라며 “허위정보, 오정보, 혐오와 차별 등 콘텐츠의 남발로 인한 이용자의 피로와 실망 및 크리에이터 스스로의 자정작용을 요구하는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심재웅 교수는 “크리에이터 생태계의 발전과 지속을 위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선한 영향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그리고 기업 지배 구조(corporate 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비재무적인 지표를 말한다.
심재웅 교수는 선한 영향력 확산을 위한 과제로 관련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CJ ENM에서 ‘굿 임팩트 오브 콘텐츠’라는 유사한 평가 지표를 연구하고 있다. 이처럼 콘텐츠의 선한 영향력을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며 “어워드나 축제 등을 통해 선한 영향력에 대한 평가와 발표를 하면서 크리에이터의 자발적인 노력을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심재웅 교수는 크리에이터와 이용자 측면의 과제도 있다고 했다. 우선 크리에이터의 경우 예비 크리에이터나 초기 크리에이터에 대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초기 크리에이터들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 같다. 이수자에 대한 여러 측면의 인센티브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시 학습이 가능하도록 크리에이터를 위한 다양한 주제와 영역의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무료 제공을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교육은 저작권, 계약 관련, 정신건강 등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할 수 있다.
심재웅 교수는 “이용자들도 동참해야 한다.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캠페인을 펼쳐 크리에이터의 사회적 책임 이행과 디지털 윤리를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유해한 콘텐츠를 과감히 단절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 27일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 크리에이터 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방안 모색 세미나’. 사진=금준경 기자
과거 사단법인 MCN협회 사무국장을 지냈던 유진희 재믹스씨앤비 신사업본부 국장은 토론자로 참석해 “2016~2018년 당시엔 크리에이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아 규제 논의가 많았다. 그때 규제하지 말라고 요청하며 대신 인센티브 정책을 제안했었다”고 설명했다.
유진희 국장은 “그간 정부가 정책적인 면에서 산업 진흥을 잘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좋은 콘텐츠를 공인해줄 필요가 있다. ‘굿인플루언서 어워드’가 권위를 가질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 지속적 홍보 등 노력이 필요하다”며 “또한 이 과정에서 정성적 평가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영향력에 관한 정량적 지표를 마련하는 등 평가지수가 개발되면 좋겠다”고 했다. 부산콘텐츠마켓은 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인플루언서를 선정하는 굿인플루언서 어워드를 개최한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선한 영향력과 관련해 가장 많이 논의되는 게 기업의 ESG다. 하지만 크리에이터들은 기업처럼 ESG지표를 만들긴 힘들다”며 “정부가 학계와 함께 어떤 것이 좋은 콘텐츠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노창희 연구위원은 “정부의 역할을 통제자보다는 조정자라고 보는데 이의 일환으로 관련 지표를 만드는 일은 상당히 의미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