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빠’-‘형’을 어떻게 영어로… ‘오겜’ 번역가 안쓰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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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번역 화제 달시 파켓 교수
OTT 오역 비판, 긍정적 효과 낳아
급하게 작업하고 소통 부족 원인
K콘텐츠 번역품질 깊이 고민해야
팬데믹 기간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논란이 된 것이 있다. 한국어 드라마나 영화에 붙은 영어 자막에 오류가 많다는 것. 지난해 세계적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경우 공개 초기 ‘오빠’를 ‘Old man(노인)’으로, “뭘 봐”는 “Go away(저리 가)”로, ‘형’은 배우 박해수의 극중 이름인 ‘Sangwoo’로 각각 영어 자막이 붙었다. 이에 영어 자막이 한국어의 의미와 뉘앙스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화 ‘기생충’을 외국인도 잘 이해할 수 있게끔 영어로 무난히 번역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번역가 달시 파켓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교수(사진)가 OTT 자막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콘텐츠마켓(BCM) 콘퍼런스에서 ‘최근 OTT 플랫폼 자막 번역 관련 논란에 대한 생각’을 주제로 강연했다.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의 자막수정 작업에도 참여한 그는 “‘오징어게임’ 번역가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나 ‘형’ 같은 단어는 주석을 달아 설명할 수 있겠지만 사실 영어로 번역하기 불가능한 단어들”이라고 말했다. 극중 탈북자인 새벽(정호연)의 북한 사투리가 제대로 번역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오징어게임’ 자막 비판에 대해 그는 “건설적인 비판이었다. 그런 비판이 있으면 번역 품질이 올라가고 시청자나 관객은 콘텐츠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국내 시청자들의 지적을 반영해 ‘오징어게임’의 영어 자막을 일부 수정했다.
OTT 콘텐츠에서 자막 오역 논란이 자주 벌어지는 원인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각국의 문화적 특수성과 정서, 유머코드를 고려해 창의적으로 번역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주어져야 하고, 감독이나 제작사와 충분히 소통해야 하는데 대다수 OTT가 이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 그는 “OTT는 번역가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번역가와 소통하거나 자막을 수정할 시간도 부족하다”며 “시리즈 후반 에피소드로 갈수록 자막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로 한국어 번역 수요가 늘고 있는 데 대해서는 “K콘텐츠가 인기인 만큼 번역 품질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콘텐츠의 성공에 번역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