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 미국판 '굿 닥터'가 시즌7까지 '롱런' 가능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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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유건식 언론학 박사(KBS 제작기획2부)] OTT 콘텐츠가 대세인 요즘 지상파 TV를 포함한 미디어 업계에서는 고민이 매우 많다. 올해 들어서면서 광고 시장이 급락하여 방송 업계는 초비상 상태이다. CJ ENM도 2022년 실적을 발표하면서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고, 지상파 3사에 이어 수목극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있다. 바로 2013년 KBS2TV에서 방송한 <굿 닥터>가 시즌7을 이어가게 됐다. 이는 IP(지적재산권)의 중요성과도 맥을 같이하는 내용이며, OTT가 주도하고 있는 시장에서 올드미디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전략이기도 하다.
미국 ABC에서 2017년부터 방송하고 있는 는 KBS의 <굿 닥터>를 리메이크한 드라마다. 미국 소니픽쳐스텔레비전 스튜디오에서 리메이크하여 월요일 밤 10시에 방송하고 있다. ABC에서 5월에 열리는 최대의 광고 판매 행사인 업프론트(Upfronts)를 앞두고 ABC에서 시즌7을 발표했다. 이로써 <굿 닥터>는 한국 드라마로서는 처음으로 프라임타임 시즌으로 리메이크되어 편성, 7년째 방송을 이어가는 역사를 쓰게 되었다. 5월 2일부터 시작된 작가 노조 파업 때문에 시즌7이 언제 방송을 시작할지는 모르겠지만, 늦어도 11월에는 새로운 시즌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미국에서 시즌7까지 간 대본이 있는 프라임타임 TV 시리즈는 178편이고, 시즌 10까지 간 것은 84편에 불과하다. 가 시즌10까지 진행된 100대 TV 쇼에 포함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본다.
미국에서는 드라마를 제작할 때 시즌제를 기본으로 추진한다. 새로운 기획안을 선정할 때는 시즌5까지 갈 수 있는 기획인지 확인하고 진행한다. <굿 닥터>의 경우에도 그랬다. 국내에서도 시즌제 추진을 주장하지만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 SBS 인기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도 시즌3을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시즌제처럼 진행한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새로운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시즌제 추진을 고민한다. 이렇게 되면 가장 큰 문제가 원작과 동일한 제작진이 다음 시즌을 제작하기 어렵다. 그나마 <낭만닥터 김사부>는 3개 시즌에서 제작사, 작가, 연출, 주연배우가 동일하게 유지되는 등 매우 바람직한 시즌제를 진행 중이다.
올드 미디어의 경우에는 글로벌 OTT에 공급하는 작품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수요처에 드라마를 판매한다. <굿 닥터>처럼 국내외에 방송권, 전송권, 상품화권(MD)을 기본적으로 판매하지만, 해외에 리메이크 권리도 판매한다. <굿 닥터>는 현재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터키에서 리메이크되어 방송되었고, 여러 곳에서 리메이크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해외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작품이 <꽃보다 남자>로 일본 원작이 대만에 이어 한국에서 리메이크 되었고, 여전히 인기가 많아서 넷플릭스 등 매우 많은 곳에서 방송되고 있다.
ABC가 리메이크한 드라마 'The Good Doctor'
최근에는 KBS의 <국민 여러분!>이 지난 2월 ABC에서 으로 방송이 되었다. 지난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해외 리메이크 계약을 앞두고 있다. 리메이크가 가능하려면 IP를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IP를 소유하고 있어야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드라마 리메이크는 일반적으로 국가별로 진행된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일반 드라마처럼 활발하게 리메이크를 진행할 수 없다. 자사 플랫폼에서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되고, 타 플랫폼엔 리메이크에 해당하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판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서 시즌3부터 오리지널로 제작한 <종이의 집>이 국내에서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으로 리메이크되어 전 세계에 방송되었다. <굿 닥터>처럼 다른 국가에서 리메이크는 되기 어렵다. 이는 글로벌 무대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의 특징으로 비즈니스 모델상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넷플릭스에 가장 오랫동안 전개된 드라마는 <하우스 오브 카드>로 시즌6까지 방송되었다. 미국에서 시즌제 드라마는 매년 일정한 주기로 만들어지지만, OTT에서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OTT가 편성이나 러닝타임, 횟수 등에 자유로운 것처럼 시기도 특정할 이유가 없다. <오징어 게임>이 2020년에 나왔지만 시즌2가 2024년에 나오는 것처럼 준비가 되는대로 공개하면 된다.
<굿 닥터> 리메이크 사례를 보면, 지상파 TV나 케이블 TV 등에서는 해외 리메이크 전략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열린 부산 콘텐츠 마켓(BCM)에서 만난 유통 담당자와 제작사분들을 보면서 더욱 이러한 생각이 든다. 로컬 드라마는 타 문화에 진출하기 위한 문화 장벽이 매우 높다. OTT를 통한 해외 진출이 필요하지만, 리메이크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다. OTT에서 광고 모델을 도입하는 예처럼 상황이 바뀌면 이 전략도 바뀔 수 있겠지만, 이 비즈니스 모델은 OTT는 따라 할 수 없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