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추사랑 없었다면 ‘아찔’…‘슈퍼맨’ 과연 성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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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부산)=고승희 기자] ‘해피선데이’부터 ‘개그콘서트’에 이르기까지 KBS의 황금예능 시대를 열었던 박중민 현 KBS미디어 콘텐츠 기획 본부장이 제8회 부산콘텐츠마켓(BCM)에서 미래의 방송인들과 만나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기획’을 주제로 한 강연을 진행했다.
박중민 본부장은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인기스타인 추성훈의 딸 추사랑을 언급하며 예능 프로그램 안에서의 ‘스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예능PD들 사이에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프로그램의 발전과정은 진화의 과정과 비슷해 절대적인 새로움은 존재한지 않는다”며 ‘기획력’의 고충을 전했다. 다만 “버라이어티는 방송계의 황소개구리”라면서 “끊임없이 트렌드에 맞춰 변형시키고, 남의 영역을 침범하며 살아남는다”고 했다.
박 본부장이 학생들에게 전한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비법은 세 가지였다.
“기존의 형식과 문법을 변형하고 익숙한 조합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형식과 포맷’의 새로움, 그에 맞는 철학과 메시지, 프로그램에 걸맞는 중심인물이었다.
지난해 추석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으로 출사표를 던진 이후 일요일 안방으로 입성한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는 특히 먹방샛별로 떠오른 추사랑의 인기와 더불어 프로그램도 승승장구했다. 이미 관찰예능의 형식을 띈 육아 예능이 동시간대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 후발주자로 등장한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경우 방영 초반 유사성 논란을 안았던 것도 사실이다.
박 본부장은 하지만 “아주 새로운 것을 만드는게 아니라 기존 장르와 형식의 변형을 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능은 이미 교양물의 영역을 침범했다. 건강문제를 다룬 예능이 ‘비타민’, 안전을 화두에 올린 것이 ‘위기탈출 넘버원’이다. ‘1박2일’은 어찌 보면 ‘6시 내고향’과 비슷한 느낌이다”고 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다큐멘터리 기법을 십분 활용해 제작진의 개입을 철저하게 줄였다. 박 본부장은 “가장 신경을 썼던 것은 꾸며진 걸로 보이면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제작진과 카메라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며 “이건 다큐멘터리의 기법이다. 새로운 걸 찾는 하나의 방법 중 하나가 장르를 차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거기에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경우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한 나름의 메시지를 담았다. 아내 없는 2박3일 동안 아이들을 돌보며 교감하고, 아빠로 하여금 다시 한 번 그들의 아버지의 삶을 돌아보게 했다.
박 본부장은 이에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경우 메시지는 명확했지만 형식은 새롭진 않았다”며 “만약 추사랑이 없었다면 이 프로그램이 과연 성공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아찔하다”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선 ‘캐릭터’가 중요한데, 리얼 버라이어티 안에서 한 인물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형식이나 포맷, 프로그램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제작진의 의지로 만들어질 수 있지만, 인물의 경우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아무리 분석을 잘 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도, 프로그램 안에서 한 사람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모른다. 운이 많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해피선데이-1박2일’을 통해 예능샛별로 떠오른 김주혁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박 본부장은 “‘1박2일’ 시즌3 시작 당시 정말 고민이 많았다. 시즌2가 안되다 보니 A급 스타들이 나오지 않으려 했다”며 “사실 김주혁의 경우 ‘저 사람이 과연 재미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초기에 시즌3를 널리 알린 일등공신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식이나 철학이 무너져도 예능 프로그램은 인물만으로 존재할 수 있다”며 캐릭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올해로 8회째를 맞은 BCM마켓에서는 지상파 및 종편채널에서 활약 중인 대한민국 최고의 연출가들이 프로그램 제작현장의 체험을 들려주는 BCM아카데미를 진행했다. 지난 15일에는 노동열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와 ‘일밤’의 전성시대를 되찾아온 권석 MBC 부국장이 강연을 진행했고, 16일에는 지난해 ‘해피선데이’를 되살린 박중민 KBS미디어 본부장을 시작으로 이훈희 SM C&C 제작상무와 여운혁JTBC 상무가 강연을 진행한다.17일에는 이영돈 채널A 상무가 ‘먹거리X파일’과 ‘이영돈 신동엽의 젠틀맨’의 성공비결을 분석하는 강연을 진행하고, 김시중 MBN 예능총괄부장이 ‘종편 예능’을 분석한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