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JOURNAL] 산골PD가 무슨 콘텐츠마켓?
본문
지난달 부산에서 2015 BCM(부산콘텐츠마켓)이 열렸다. 국내외
양질의 프로그램 콘텐츠가 거래되는 견본시장이다. 몸은
우물 안에 있지만 눈은 우물 밖을 향해야 될 것 같아서
망설이다 뒤늦게라도 참가하기로 했다.
종편 약진으로 말라가는 지역방송과 함께 타성에 빠진 제작마인드도 환기시킬 겸 콘텐츠 시장에서 뭐 하나라도 건질게 없나 해서였다. BCM캠프 참가하는 이틀 공백을 위해 주말도 반납해야 했다. 야간 편집으로 그 시간을 메우고 방송에는 차질 없이 준비를 해놨지만 참가 필요성에 대한 주변의 눈초리는 따가웠다. 당장 프로그램을 사고 팔 것도 아닌데 "강원도 산골 PD가 거기까지 뭐하러 가느냐?", "드라마나 명품 다큐멘터리를 제작해낼 수 있는 서울 PD한테나 해당되는 얘기다", "괜히 먼 길 고생한다"는 걱정 섞인 우려였다. 비록 몸은 산골에서 방송하지만 그럴수록 방송콘텐츠 유통의 흐름을 읽고 싶었다. 어둡고 암울할수록 눈과 귀는 더 열어두어야 할 것 같았다.
막상 BCM에 참가해보니 눈여겨 볼만한 것들이 꽤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 째로 열린 BCM PITCHING에서는 중소 영상 제작업체의 홍보와 투자유치를 지원하는 발표회가 열려 콘텐츠 제작과 소비가 유통되는 상생의 자리로 주목받았다. 프로그램 포맷개발 지원을 받아 해외에 판매된 사례도 이번 '국경없는 콘텐츠'세미나에서 적잖이 발표되었다. 이제는 콘텐츠 시장도 콘텐츠판매에서 콘텐츠의 핵심, 포맷개발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완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에서 포맷개발을 유통시키는 시대로 옮겨가는 흐름을 감지할 수 있었다.
지역 방송 프로듀서인 내겐 이런 포맷개발 우수사례들을 남의 집안 얘기로만 끝내버리기엔 못 내 아쉬웠다. 과연 내가 일하는 지역방송에 홰외 우수사례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강원도 방송 산골PD는 뭘 어떻게 준비해야하나? 오히려 방송환경과 콘텐츠 시장은 이렇게 정신 없이 바뀌는데 나는 지역 프로듀서로서 얼마나 고민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들었는지? 시장에 팔릴 만한 상품을 제대로 만들고 있었는지?응당 고민하고 공부해야할 걸 여건을 탓하며 외면해 온 건 아니었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내가 일하는 산골방송사처럼 제작여건이 겸손(?!)할 수록 프로듀싱은 필요하다 못해 절실하다는 걸 깊이 느꼈다. 지역PD라면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지역레귤러 프로그램 제작에 묶여 있으면서 조연출 등 제작보조 인력도 없이 때론 카메라맨, 조명보조, 동시녹음보조, 제작비정산,기타 편성 행정업무도 함께 수행하면서 경쟁력 있는 고품질 프로그램을 직접 디렉팅하여 만들어내는 건 현실적으로 1년에 1편도 어렵다.
특히 나 같은 산골PD에겐 어쭙잖은 디렉팅 능력으로 승부하는 것 보단 프로듀싱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양질의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방송콘텐츠 개발과 유통에도 훨씬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다.
오히려 방송사 규모가 작고 제작여건이 열악한 지역방송일수록 방송콘텐츠 경쟁력을 키우려면 직접 연출보단 프로듀싱에 집중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의 짧은 경험으론 프로듀싱만하고 외부 디렉팅과 외부스태프를 활용한 것이 내부스태프로 직접 디렉팅한 경우와 비교해 봤을 때 프로그램의 품질 면에서 훨씬 더 만족스러웠다. 지역방송국 내부에선 구조적으로 경쟁력 있는 제작 스태프들이 원활하게 수급되기 힘들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내가 직접 디렉팅할 땐 1년에 특집 다큐멘터리 한 편도 겨우 만들었는데 프로듀싱은 데일리 레귤러 매거진을 맡고 있으면서도 1년에 3-4건도 거뜬했다.
나아가 프로듀싱이 기존처럼 외주제작을 단순 관리감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채널 포지셔닝에 맞는 포맷 기획과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제작지원 피칭을 통해 제작비 펀딩에 필요한 역량을 집중한다면 제작예산 확보와 콘텐츠 경쟁력 향상에 훨씬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콘텐츠가 양동이 사업이라면 포맷은 파이프라인 사업이다.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만드는 법을 파는 것이다. 그래서 제작비가 넉넉지 않은 않은 소규모 제작사나 지역방송이 포맷 아이디어만 좋다면 파일럿으로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완제품인 콘텐츠를 생산하여 판매하는 것은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크지만, 선투자나 선지원된 종자돈 예산으로 로컬에서 파일럿으로 일단 제작해보고 BCM마켓 같은 곳에서 샘플을 피칭하여 포맷에 대한 투자를 받는다면 제작환경, 제작여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국내에서도 비록 초보적이었지만 작년 처음 시도된 MBC플러스미디어와 지역MBC와의 상생콘텐츠마켓이 열악한 지역방송 제작에 콘텐츠 포맷개발의 출발점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져보기도 했다.
물론 지역방송은 아직 디렉팅과 프로듀싱의 구분이 모호할뿐더러 프로듀싱은 여전히 낯설어 서울에서나 통하지 지역 제작여건에 맞지 않아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크다. 게다가 지역 여건에 지금 당장은 포맷개발과 수출,지역 프로듀싱 활성화, 커미셔닝 에디팅을 통한 프로그램 개발. 유통이 아직 멀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큰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가더라도 고개를 들고 눈을 떠서 어디로 떠내려가고 있는지 방향만이라도 알아차린다면 방송 환경이 급변하는 급물살 속에서 지역 공중파가 갖는 자포자기의 불안감은 좀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런 기대를 감히 품어본다.
우물 안 산골PD에게 이번 2015BCM은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모두가 꾸는 꿈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믿음을 다지게 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l승인2015.06.22 07:43:54l수정2015.06.23 07:42
하현제 MBC강원영동 PD webmaster@pdjournal.com
종편 약진으로 말라가는 지역방송과 함께 타성에 빠진 제작마인드도 환기시킬 겸 콘텐츠 시장에서 뭐 하나라도 건질게 없나 해서였다. BCM캠프 참가하는 이틀 공백을 위해 주말도 반납해야 했다. 야간 편집으로 그 시간을 메우고 방송에는 차질 없이 준비를 해놨지만 참가 필요성에 대한 주변의 눈초리는 따가웠다. 당장 프로그램을 사고 팔 것도 아닌데 "강원도 산골 PD가 거기까지 뭐하러 가느냐?", "드라마나 명품 다큐멘터리를 제작해낼 수 있는 서울 PD한테나 해당되는 얘기다", "괜히 먼 길 고생한다"는 걱정 섞인 우려였다. 비록 몸은 산골에서 방송하지만 그럴수록 방송콘텐츠 유통의 흐름을 읽고 싶었다. 어둡고 암울할수록 눈과 귀는 더 열어두어야 할 것 같았다.
막상 BCM에 참가해보니 눈여겨 볼만한 것들이 꽤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 째로 열린 BCM PITCHING에서는 중소 영상 제작업체의 홍보와 투자유치를 지원하는 발표회가 열려 콘텐츠 제작과 소비가 유통되는 상생의 자리로 주목받았다. 프로그램 포맷개발 지원을 받아 해외에 판매된 사례도 이번 '국경없는 콘텐츠'세미나에서 적잖이 발표되었다. 이제는 콘텐츠 시장도 콘텐츠판매에서 콘텐츠의 핵심, 포맷개발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완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에서 포맷개발을 유통시키는 시대로 옮겨가는 흐름을 감지할 수 있었다.
지역 방송 프로듀서인 내겐 이런 포맷개발 우수사례들을 남의 집안 얘기로만 끝내버리기엔 못 내 아쉬웠다. 과연 내가 일하는 지역방송에 홰외 우수사례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강원도 방송 산골PD는 뭘 어떻게 준비해야하나? 오히려 방송환경과 콘텐츠 시장은 이렇게 정신 없이 바뀌는데 나는 지역 프로듀서로서 얼마나 고민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들었는지? 시장에 팔릴 만한 상품을 제대로 만들고 있었는지?응당 고민하고 공부해야할 걸 여건을 탓하며 외면해 온 건 아니었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내가 일하는 산골방송사처럼 제작여건이 겸손(?!)할 수록 프로듀싱은 필요하다 못해 절실하다는 걸 깊이 느꼈다. 지역PD라면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지역레귤러 프로그램 제작에 묶여 있으면서 조연출 등 제작보조 인력도 없이 때론 카메라맨, 조명보조, 동시녹음보조, 제작비정산,기타 편성 행정업무도 함께 수행하면서 경쟁력 있는 고품질 프로그램을 직접 디렉팅하여 만들어내는 건 현실적으로 1년에 1편도 어렵다.
특히 나 같은 산골PD에겐 어쭙잖은 디렉팅 능력으로 승부하는 것 보단 프로듀싱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양질의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방송콘텐츠 개발과 유통에도 훨씬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다.
오히려 방송사 규모가 작고 제작여건이 열악한 지역방송일수록 방송콘텐츠 경쟁력을 키우려면 직접 연출보단 프로듀싱에 집중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의 짧은 경험으론 프로듀싱만하고 외부 디렉팅과 외부스태프를 활용한 것이 내부스태프로 직접 디렉팅한 경우와 비교해 봤을 때 프로그램의 품질 면에서 훨씬 더 만족스러웠다. 지역방송국 내부에선 구조적으로 경쟁력 있는 제작 스태프들이 원활하게 수급되기 힘들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내가 직접 디렉팅할 땐 1년에 특집 다큐멘터리 한 편도 겨우 만들었는데 프로듀싱은 데일리 레귤러 매거진을 맡고 있으면서도 1년에 3-4건도 거뜬했다.
나아가 프로듀싱이 기존처럼 외주제작을 단순 관리감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채널 포지셔닝에 맞는 포맷 기획과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제작지원 피칭을 통해 제작비 펀딩에 필요한 역량을 집중한다면 제작예산 확보와 콘텐츠 경쟁력 향상에 훨씬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콘텐츠가 양동이 사업이라면 포맷은 파이프라인 사업이다.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만드는 법을 파는 것이다. 그래서 제작비가 넉넉지 않은 않은 소규모 제작사나 지역방송이 포맷 아이디어만 좋다면 파일럿으로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완제품인 콘텐츠를 생산하여 판매하는 것은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크지만, 선투자나 선지원된 종자돈 예산으로 로컬에서 파일럿으로 일단 제작해보고 BCM마켓 같은 곳에서 샘플을 피칭하여 포맷에 대한 투자를 받는다면 제작환경, 제작여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국내에서도 비록 초보적이었지만 작년 처음 시도된 MBC플러스미디어와 지역MBC와의 상생콘텐츠마켓이 열악한 지역방송 제작에 콘텐츠 포맷개발의 출발점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져보기도 했다.
물론 지역방송은 아직 디렉팅과 프로듀싱의 구분이 모호할뿐더러 프로듀싱은 여전히 낯설어 서울에서나 통하지 지역 제작여건에 맞지 않아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크다. 게다가 지역 여건에 지금 당장은 포맷개발과 수출,지역 프로듀싱 활성화, 커미셔닝 에디팅을 통한 프로그램 개발. 유통이 아직 멀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큰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가더라도 고개를 들고 눈을 떠서 어디로 떠내려가고 있는지 방향만이라도 알아차린다면 방송 환경이 급변하는 급물살 속에서 지역 공중파가 갖는 자포자기의 불안감은 좀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런 기대를 감히 품어본다.
우물 안 산골PD에게 이번 2015BCM은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모두가 꾸는 꿈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믿음을 다지게 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l승인2015.06.22 07:43:54l수정2015.06.23 07:42
하현제 MBC강원영동 PD webmaster@pdjournal.com